낙동강제방에 만나는 완화삼과 나그네 시비 

 

  

 

 

 

강서구쪽 낙동강제방길을 걸으면 시비를 만나게된다. 금수현 작곡- 그네 노래비, 배재황 시비- 오막살이, 이은상 시비- 낙동강, 고향길, 조지훈 시비- 완화삼과 박목월 시비-나그네, 이주홍 시비- 엄마의 품 등 7개 시비가 낙동강제방길을 걷는 재미를 더해준다. 이 중 조지훈의 완화삼 시비와 박목월의 나그네 시비가 나란히 서 있어 눈길을 끈다. 시를 읽으면서 강서지역에서 자란 금수현과 달리 아무런 연고가 없는 이들의 시비가 왜 이곳에 서있을까 한번쯤 생각하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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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강서구 대저2동 금호마을앞 낙동강 제방위에 세워진 청록파 시인 조지훈(趙芝薰)의 `완화삼'시비(詩碑) 와 이에 화답한 박목월(朴木月)의 `나그네' 시비(詩碑)를 볼 수 있다. 높이 2.4ｍ,폭2ｍ인 2개의 조형물로 이뤄진 이 시비(詩碑)는 부산강서구청이 시행한 낙동강제방 일대 공원화사업 일환으로 1992년 8월21일 세워는데 부산의 조각가 문성권씨의 작품이다. 

 

 

 

 

 

이 시비에는 다음과 같은 사연이 숨어 있다. ‘목월에게’라는 부제를 단 조지훈의 ‘완화삼(玩花衫)’과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노을이여--지훈”이라는 제사(題詞)를 단 박목월의 ‘나그네’는 일종의 켤레를 이루고 있다. 조지훈이 박목월에게 보낸 ‘완화삼’에 박목월이 역시 시로써 화답한 것이 ‘나그네’다. 

 

 

 

1942년 경북의 두 젊은 시인 지훈과 목월(지훈보다 4세 연상)은  경주 근처의 건천(乾川)역에서 처음 만나게 된다. 후일 목월이 시집 山桃花를 발간할 때, 지훈은 그 서문(序文)에서 첫 만남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다. 

 

 

 

경주박물관에는 지금 노오란 산수유 꽃이 한창이니, 늘 외롭게 가서 보곤 하던 싸느란 옥저(玉笛)을 마음속에 그리던 임과 함께 볼 수 있는 감격을 지금부터 기다리겠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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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지훈은 보름 동안 경주에 머물면서 "완화삼(玩花衫)" 을 목월에게 건냈고, 목월은 "완화삼"에 화답(和答)하여 詩 "나그네"를 보내게 된다.

 

 

 

완화삼 / 조지훈
- 木月에게 -

 

차운 산 바위 우에 하늘은 멀어
산새가 구슬피 울음 운다.

구름 흘러 가는
물길은 七百里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 노을이여.

이 밤 자면 저 마을에
꽃은 지리라

다정하고 한 많음도 병인 양하여
달빛 아래 고요히 흔들리며 가노니



조지훈(趙芝薰)
1920년 12월 3일 ~ 1968년 5월 17일, 본명은 조동탁(趙東卓). 경북(慶北) 영양(英陽) 출신. 청록파 시인

완화삼(玩花衫) ; 꽃무늬 적삼을 즐긴다는 뜻으로, 꽃을 보고 즐기는 선비를 의미

 

 

 

완화삼에 대한 박목월의 화답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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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 박목월

 

江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南道 三百里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 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박목월(朴木月)
1916년 1월 6일 ~ 1978년 3월 24일, 본명은 박영종, 경북(慶北) 경주(慶州) 출신
청록파 시인

 

 

 

“구름 흘러가는”에  “구름에 달 가듯이” 라고 표현하고

 

“물길은 칠 백리”에  “남도 삼 백리”라고 표현하였고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노을이여”에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로

 

“달빛아래 고요히 흔들리며 가노니...”에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라고 표현해 대구 형식으로 화답형식으로 두 시인의 강한 친밀감을 더해준다.

 

 

 

조지훈 시인은 지난 1939년 4월 '문장(文章)' 지에 '고풍의상(古風衣裳)'이란 시를 시작으로 같은 해 11월 '승무(僧舞)', 그리고 그 다음해인 1940년 '봉황수(鳳凰愁)'란 시를 추천받으면서 정식 시인으로 등단했다. 그 당시 그의 나이 만 20세로 '승무'는 조지훈 시인이 만 19세 되던 해에 발표한 시이다.

 

 

 

 

 

청록집은 1946년, 광복 이듬해에 을유문화사에서 나왔다

 

청록집이라는 제명은 박목월의 시 '청노루'에서 따왔다. 문장지 출신 시인 가운데서 공교롭게 세 사람이 만나 내게 된 것일 뿐, 이 책은 처음부터 동인지나 어떤 이념의식을 내세운 건 아니었다. 그러나 이 시집의 진가는 그 후에 커져 우리 시사에서 '청록파'라는 하나의 유파로 굳어져갔다.

 

젊은 시절의 청록파 시인 - 박목월, 조지훈 ,박두진  

 

조지훈 시인은 지난 1939년 4월 '문장(文章)' 지에 '고풍의상(古風衣裳)'이란 시를 시작으로 같은 해 11월 '승무(僧舞)', 그리고 그 다음해인 1940년 '봉황수(鳳凰愁)'란 시를 추천받으면서 정식 시인으로 등단했다. 그 당시 그의 나이 만 20세로 '승무'는 조지훈 시인이 만 19세 되던 해에 발표한 시이다.

 

 

 

 '청록파'란 1930년대 말 <문장> 지를 통해 시인 정지용(鄭芝溶)의 추천으로 등단한 시인 박두진, 박목월, 조지훈 3인을 가리키는 말이다. 39편을 수록한 '청록집'은 <승무> 등 불교적 주제를 수용하는 지훈, <나그네> 등 자연 귀의의 심정을 표현하는 목월, <해> 등 기독교 영향이 강한 두진의 상이한 개성을 ‘청록파’로 묶었다. 1946년에 펴낸 시집 '청록집'은 8·15광복 후 최초의 창작시집이라는데 큰 의미가 있다. 

 

 

 

    북구(왼쪽)와 강서구(오른쪽) 사이를 흐르는 낙동강

 

 

 

   보리와 밀밭으로 유명한 맥도의 옛 모습을 그려볼 수 있는 풍경

 

 

 

이러한 내력이 안고있는 조지훈의 완화삼과 박목월의 나그네 시비가 연고가 없는 강서구에서 어떻게 시비를 세우게 되었을까. 비록 지역 출신은 아닐지라도 시에 나오는  '구름에 흘러가는 물길 칠백리' 와 '江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이란 구절이 강서지역과 합치하기 때문이란다. 즉, 칠백리 낙동강 물길의 끝나는 위치에다 예전 보리와 밀 재배로 이름난 맥도(麥島)가 김해공항 아래에 있어 지역 정서를 잘 표현하였단다. 그래서 낙동강 제방에 시비 조형물을 건립하는 계획을 수립할 때 완화삼과 나그네 시가 선정되었던 내력을 갖고있다.

 

 

 

낙동강제방의 시비들은 이 지역에서 문학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들리는 코스로 이름 나있으며, 유채꽃 만발한 봄부터 벗나무에 단풍이 곱게 물드는 가을까지 낙동강제방을 찾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