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공양.소리공양

 

글.소리공양 보기좋은 글공양과 아름다운 소리를 공양하세요!

HOME > 만남의 장 > 글.소리공양

엄마 장례식장에서 쫓겨난 아들

하얀연꽃이메일

뷰어 이미지

 

엄마 장례식장에서 쫓겨난 아들

​

안녕하세요, 버딕미 — 당신이 판사라면? 입니다.

​

오늘 저희가 가져온 이야기는요, 듣고 나서 한동안 마음이 무거워질 수도 있어요. 10년 동안 치매 어머니를 혼자 돌본 아들, 그리고 30년 만에 나타나 돈을 요구한 형제들. 심지어 그 아들은 엄마 장례식장에서 쫓겨나 복도 의자에서 밤을 보내야 했습니다. 여러분, 과연 법은 이 아들의 손을 들어줬을까요?

​

2021년 11월 15일 새벽, 서울의 한 요양병원에서 전화 한 통이 울렸습니다. 수신자는 김민수, 올해 54세.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말은 단 한 문장이었어요. "어머님이 위독하십니다." 민수는 잠옷 바람으로 뛰쳐나와 택시를 잡았습니다. 하지만 병원에 도착했을 때 어머니는 이미 의식이 없었어요. 78세의 어머니는 그로부터 12시간 후, 아들의 손을 잡은 채 조용히 눈을 감았습니다.

​

민수는 그 10년을 떠올렸을 겁니다. 치매가 시작된 어머니의 기저귀를 갈아드리던 날들, 밥을 먹었는지 기억 못 하시는 어머니께 세 번씩 밥상을 차리던 날들, 새벽에 어머니가 방을 나가실까봐 잠을 설치던 날들. 그 10년이 그렇게 끝났습니다.

​

장례식장은 강남구의 한 대형병원 지하였어요. 민수가 빈소를 꾸미고 조문객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낯선 얼굴 두 명이 들어섰어요. 형 김민호, 58세. 누나 김민정, 56세. 두 사람은 30년 넘게 어머니 곁에 얼굴 한 번 비추지 않았던 사람들이었습니다. 형의 첫마디는 인사가 아니었어요. "네가 무슨 자격으로 여기 있느냐." 그 말이 빈소 안에 울려 퍼졌습니다. 형제들은 장례식장 직원에게 민수를 상주 자리에서 내리라고 요구했고, 결국 민수는 그날 밤 장례식장 복도 의자에서 밤을 지새웠습니다. 어머니의 영정 앞에도 제대로 앉지 못한 채로요.

​

3일장이 끝나고 하루가 지났을 때, 형 민호가 변호사를 대동하고 나타났어요. 그의 손에는 내용증명이 들려 있었습니다. "1억 2천만 원은 어머니의 상속재산이다. 7일 이내에 4천만 원을 지급하라." 민수는 그 순간 어머니가 2019년 3월에 하셨던 말씀이 떠올랐을 거예요. 아직 정신이 또렷하시던 시절, 어머니는 은행에 직접 가셔서 민수 명의 계좌로 전세보증금 1억 2천만 원을 송금하셨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죠. "민수야, 내가 요양원 들어가면 이 돈으로 비용 내고, 남은 건 네가 써라. 넌 나를 지금까지 혼자 돌봤으니까." 민수는 그 돈을 고스란히 어머니를 위해 썼어요. 월 250만 원짜리 요양병원비를 30개월, 총 7천5백만 원. 거기에 각종 의료비와 생활비 2천만 원. 남은 돈은 2천5백만 원뿐이었습니다.

​

자, 이 사건의 핵심은 바로 이겁니다. 두 가지예요. 첫째, 어머니가 민수에게 돈을 보낸 것이 진짜 증여, 즉 법적으로 유효한 선물이었느냐는 거예요. 당시 어머니는 치매 초기 진단을 받은 상태였거든요. 아무리 마음에서 우러나온 결정이라도 판단 능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한 것이라면 법적으로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둘째는 유류분 문제예요. 유류분이라는 건 쉽게 말해 상속인에게 법이 보장해주는 최소한의 몫입니다. 부모님이 재산을 한 자녀에게 몰아줬다 해도, 나머지 자녀들은 법이 정한 최소한의 지분을 돌려받을 권리가 있어요. 이 두 가지가 이 사건의 운명을 가르는 열쇠였습니다.

​

이제 양쪽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먼저 형 민호와 누나 민정의 입장입니다. 그들은 이렇게 주장했어요. "어머니는 2018년에 이미 치매 진단을 받으셨다. 2019년 당시엔 경도인지장애 판정도 받았다.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더구나 증여계약서 같은 공식 문서는 하나도 없다. 1억 2천만 원 전액을 한 명에게 몰아준 것은 우리의 유류분을 침해한 것이다." 나름의 논리가 있죠. 치매 진단을 받은 어머니가 거액을 넘겼다, 문서도 없다, 들으면 불안하긴 합니다.

​

반면 민수의 입장은 이랬어요. "어머니는 은행에 직접 걸어 들어가셔서, 창구 직원과 대화하며 스스로 송금하셨다. 당시 은행 직원도 어머니가 정상적으로 의사소통했다고 증언했다. 주치의 소견서에도 2019년 3월 당시 의사결정 능력이 있었다고 명시돼 있다. 나는 10년간 혼자 어머니를 모셨고, 7천5백만 원은 고스란히 병원비로 썼다. 그리고 이 형제들은 어머니 살아계실 때도, 돌아가셨을 때도 오지 않았다." 여러분, 이 이야기를 들으면 어느 쪽에 마음이 기우시나요? 여러분은 어느 쪽 손을 들어주시겠습니까?

​

지금 블로그에서 직접 투표해보실 수 있습니다. 민수의 손을 들어주실 건지, 아니면 형제들의 주장이 맞다고 보시는지, 여러분의 선택을 남겨주세요. 투표에 참여하신 분들께는 실제 판결 전문 요약도 함께 공개됩니다. 자, 그럼 실제 판사는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지금 바로 공개할게요.

​

2022년 8월 23일, 법정에는 민수만 홀로 나왔습니다. 민호와 민정은 변호사만 보냈어요. 판사는 30분간 판결문을 낭독했고, 민수는 그 시간이 30년처럼 느껴졌다고 합니다. 자, 드디어 실제 판사는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요?

​

법원은 먼저 어머니의 증여가 유효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은행 창구 직원의 증언, 주치의 소견서, 그리고 어머니가 송금 당시 "아들 간병비"라고 명확히 말한 사실. 이 세 가지가 결정적이었어요. 경도인지장애가 있다고 해서 모든 법률행위가 무효가 되는 건 아닙니다. 민법은 의사능력 있는 사람의 행위는 유효하다고 규정하고 있고, 법원은 어머니에게 그 능력이 있었다고 본 거예요. 증여, 인정됐습니다.

​

하지만 법원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어요. 유류분 문제를 별도로 들여다봤습니다. 민법 제1112조, 상속인의 유류분 보호 규정이에요. 자녀의 유류분은 법정상속분의 절반입니다. 어머니 재산 1억 2천만 원을 세 자녀가 나눈다면 각자 4천만 원씩, 유류분은 각 2천만 원씩이에요. 민수가 전액을 가져가면 형제들의 유류분 각 2천만 원이 침해되는 거죠.

​

민수는 "10년 간병이 기여분"이라고 항변했습니다. 실제로 판례도 특별한 기여를 인정하긴 해요. 하지만 기여분은 상속재산을 나눌 때 반영되는 것이지, 유류분 계산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유류분은 상속인의 절대적 최저선이기 때문이에요.

​

그래서 법원은 이렇게 계산했어요. 1억 2천만 원 중 요양병원비 7천5백만 원은 어머니를 위해 정당하게 쓴 돈, 반환 대상이 아닙니다. 나머지 잔액 2천5백만 원에서 형제들의 유류분을 비율대로 나눠서, 각각 1천3백만 원씩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판사는 판결문 말미에 이런 말을 남겼어요. "피고의 10년 간병 노고는 금전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다. 하지만 유류분은 법이 상속인에게 보장한 최소한의 권리로서, 피상속인의 의사로도 박탈할 수 없다."

​

이 판례가 우리에게 남기는 교훈은 정말 선명합니다. 첫째, 가족 간 재산 이전은 반드시 문서로 남기세요. 공증까지 받으면 더욱 좋습니다. "우리가 무슨 계약서야" 하는 마음이 나중에 법정을 만들어요. 둘째, 부모님이 재산을 특정 자녀에게 주고 싶으시다면 유류분을 미리 계산해보셔야 합니다. 마음만으로는 안 되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설계해야 해요. 셋째, 오랜 간병에 대한 기여는 상속재산 분할 심판을 통해 기여분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유류분 소송과는 별개로, 기여분 주장을 병행하는 전략도 있다는 걸 알아두시면 반드시 도움이 됩니다. 이런 상황이 남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는 분들 분명 계실 거예요. 미리 알고 준비하는 것, 그게 가족을 지키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

당신이라면 어떤 판결을 내리셨을까요? 유류분이라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민수에게 더 많은 것을 줄 수 있었을까요, 아니면 이 판결이 옳았을까요? 여러분의 생각을 블로그 댓글과 투표로 남겨주세요. 버딕미가 더 많은 분들께 닿을 수 있도록 주변에 공유도 부탁드립니다. 우리 일상 속 법 이야기, 다음 판례에서 또 만나요.

이 게시물에 덧글쓰기
스팸방지 숫자 그림
* 그림의 숫자를 입력하세요